중국산 안 쓰면 된다는 말은 참 쉽습니다

어제 중국 제품 이야기 썼더니 역시나 중국 싫으면 안 사면 되지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미리말씀드립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누구 생각을 바꾸려고 쓰는 글도 아닙니다.
솔직하게 현장에서 느낀점 몇가지 말해 보려합니다.
저는 최근 2년 동안 중국을 정말 많이 갔습니다.
불펜에 사진도 좀 올려서 중국인 소리 꽤 들었죠. ㅋ
심천, 광저우, 상해, 북경까지.
몇 번 갔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날 정도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수입하는 물건 비중을 대충 잡으면
미국 50중국 30일본 20
정도 됩니다.
회사 주력은 지금도 미국 제품입니다. 매출로 따지면 저거보다 비중이 더크고요.
그런데 미국 회사하고 거래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좀 열받는 일이 생깁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던 제품들이 하나둘 중국 생산으로 바뀌는 겁니다.
미국에서 생산할 때는 한미 FTA 적용을 받던 품목인데 중국 생산으로 바뀌면 원산지가 중국이니까 당연히 조건이 달라집니다.(관세 내야합니다)
미국 회사인데 물건은 중국에서 만듭니다.
그런데 그 중국 공장에서 한국으로 바로 보내주면 물류비도 줄고 여러 가지로 편할 것 같은데 그건 또 안 해줍니다.
결국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 회사 유통망을 통해서 받아야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좀 답답합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전 회사 다닐 때부터 제가 거의 15년 정도 관리하던 중요한 일본 제품이 하나 있는데 이것도 중국 생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은 원래 관세도 냈고 한국하고 가깝기도 해서 미국 제품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중국 생산으로 바뀐 다음에 품질이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담당자한테 물어봤습니다.
왜 중국생산으로 바뀌었는데 품질이 더 좋아졌냐고.
그쪽에서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중국 공장이 일본 공장보다 신형 설비라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 말 들으니까 좀 묘했습니다.
미국 제품도 중국에서 만들고
일본 제품도 중국에서 만들고
어떤 제품은 중국 공장에서 만든 게 품질도 더 좋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각이 들죠.
그냥 중국 생산업체에서 직접 사는 게 맞는 것 아닌가.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계약도 있고 브랜드도 있고 독점권도 있고 유통구조도 있고, 공장이 아무한테나 제품을 직접 파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여전히 미국 회사 제품은 미국 회사에서 사고 일본 회사 제품은 일본 회사에서 삽니다.
그리고 계속 차선책을 찾고 있죠
그런데 이런 일을 몇 년 계속 겪다 보니 중국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를 안한다는 건 현실하고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B2B는 더 그렇습니다.
일반 소비자는 브랜드나 생산국을 볼 수 있지만 기업끼리 거래하면 실제로 보는 건 조금 다릅니다.
중국산이라서 무조건 거래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일본산이라고 무조건 거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공장도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엉망인 곳도 있고, 다시 거래하고 싶지 않은 곳도 분명 많이 있습니다.
반대로 시설이나 생산 규모를 보고 내가 생각하던 중국 공장이 맞나 싶은 곳도 있고요.
그래서 직접 가보는 겁니다.
심천도 가고 광저우도 가고 상해도 가고 북경도 가고.
인터넷 사진 몇 장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중국이 싫다고 안 갈 수도 없습니다.
나는 중국 싫으니까 안 간다.
그러고 있으면 경쟁업체는 갑니다.
가서 제품 찾고 단가 낮추고 새 제품 가져오고 납기 줄입니다.
저만 안 가고 있으면 결국 가격에서 밀리고 제품 종류에서 밀립니다.
거래처가 제가 중국 싫어한다고 비싼 가격을 이해해주지는 않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특히 B2B에서는그렇게 큰 마이너스도 아닙니다.
품질만 되면 됩니다.
개인 소비도 사실 따지고 보면 비슷합니다.
중국산은 절대 안 쓴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진짜 생활하면서 중국산을 하나도 안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이소 한번 가도 중국 생산품 많고요.
완제품 브랜드가 한국이나 미국, 일본이라고 해도 부품까지 전부 그 나라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요.
아이폰도 중국에서 오랫동안 대량 생산했고 테슬라도 상하이에 큰 공장을 운영합니다.
그렇다고 아이폰 쓰는 사람한테 중국폰 쓴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차를 중국 브랜드 자동차라고 하지도 않고요.
요즘 제조업 구조가 그런 겁니다.
설계하는 나라
브랜드 가진 회사
부품 만드는 나라
조립하는 나라
다 따로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탈취 문제나 정부 보조금, 불공정 무역 같은 문제가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비판하면 됩니다.
저도 그걸 좋다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제품 이야기는 또 제품 이야기입니다.
써봤는데 좋으면 좋다고 하고
별로면 별로라고 하면 됩니다.
국적보다 먼저 보는 게 결국
이 물건이 경쟁력이 있느냐.
그겁니다.
중국을 빼놓고 사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런건 아닐겁니다.
그래서 중국산 싫으면 안 사면 되지라는 말이 저는 좀 쉽게 들립니다.
개인이 취향으로 안 살 수는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우리 생활 속에서도 이미 중국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상당히 많이 쓰고 있을 겁니다.
다만 앞에 붙은 브랜드가 미국이고 일본이고 한국이라서 잘 안 보일 뿐이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메이드 인 어디냐를 예전만큼 중요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어디서 만들었느냐도 보지만 그보다
누가 설계했고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고
품질관리를 어떻게 했고
결국 마지막에는 그 가격에 어느 정도의 물건을 내놓았느냐로 판단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