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대량 인명 손실을 유발한 몽골제국의 정복

몽골제국의 확장 과정은 인류사에서 가장 폭력적인 과정이었다. 몽골제국의 정복 자체만으로도 당대 세계인구의 10%가 사망했을 것이다. 이 수치가 무척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비율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은 서기시대에 이것 이외에 두차례밖에 없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14세기 유라시아 전역을 휩쓴 흑사병일 것이다. 14세기 흑사병도 대략 9.7%가량의 세계인구 손실을 유발했는데 몽골제국의 정복과 14세기의 흑사병을 아울러 "세계적인 대량 인명 손실(global decim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decimation'은 10분의 1을 없애다라는 의미인데 이는 고대 로마 군대에 존재했다는 형벌 이름에서 유래한다.
흥미로운건 13세기 몽골제국의 정복과 14세기 세계 흑사병에는 상관관계가 크다는 역학관계들이 많은데 실제로 13세기 몽골 제국의 유라시아 정복과 14세기 세계 흑사병 창궐은 몽골제국에 의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이를 통한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이라는 강력한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흑사병도 몽골제국에서 이어진 킵차크 칸국이랑 관련성이 높은데 1346년, 킵차크 칸국의 군대가 이탈리아 제노바 상인들의 무역 거점인 흑해 연안의 카파 성을 포위 공격했었다. 공성전 도중 몽골군 진영 내에 흑사병이 돌자, 칸은 투석기를 이용해 흑사병으로 죽은 군인들의 시신을 성벽 안으로 던져 넣었다.
성안에 있던 제노바 상인들이 배를 타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지중해 항구 도시로 도망치면서, 배에 탄 쥐와 벼룩을 통해 흑사병이 1347년부터 유럽 본토로 본격 창궐하게 되었다. 흑사병 대참사가 시작된 것이다.
현대 학계에서는 시신 투척 자체보다 성 안팎의 쥐와 벼룩의 이동, 상업적 접촉이 주원인이라고 보기에 이걸 가지고 일부 커뮤에서는 아예 몽골제국군과는 상관없이 흑사병 참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학계에서도 카파 공성전이 결정적 도화선이었다는 점은 일치한다는 것을 간과한 소리다.
이 두사건을 하나로 묶으면 13세기와 14세기에 걸쳐 세계 인구의 20%를 사망하게 했다는 소리가 된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정도 세계적인 대량 인명 손실은 드물고, 붕괴와는 무관한 현상이다.
이는 몽골제국의 유라시아 침략 때문에 호라즘 문명, 이슬람 문명 등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되어 그토록 엄청난 인명 피해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막대한 인명 피해는 그보다는 몽골 침략자들의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간접적 인구급감 때문에 발생했다. 실제로 13세기 몽골 제국의 호라즘 제국 정복 및 이란과 중앙아시아 일대 침략기 동안, 해당 지역의 인구감소율은 학계와 문헌에 따라 최소 75%에서 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네기 과학 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을 포함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너무나 많은 인구가 한 번에 사라지고 농경지가 황폐화되면서 대규모 숲과 초원이 다시 우거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축되는 환경적 기현상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로는 후대의 청나라의 사례가 있다. 청나라를 위협한 마지막 유목 제국인 준가르 제국의 사례가 있다. 준가르 제국은 청나라에 정복되면서 초토화되었다. 그 결과, 준가르 제국이라는 국가가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준가르인이라는 민족도 집단학살을 당했다.
추정치에 따르면, 준가르인의 30%가 청나라 제국에 의해 직접적으로 학살을 당했고, 40%는 질병과 기근으로 죽었으며 20%는 행방을 알 수 없고, 오직 10%만이 신장 지방에서 소수민족으로 남았다고 한다. 이후 청나라 조정은 그 텅 비어버린 영토에 주로 위구르족 백성을 강제로 이주시켜 살도록 했다.
그 비참하고 끔찍한 상황의 이면에는 권위구조의 부재가 아니라, 조직적인 잔인성이라는 동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회학 교수인 시니샤 말레셰비치가 입증했듯이, 역사적으로 대규모 폭력에는 제국 같은 고도로 조직적인 권위구조가 필요했다.
수백만명 이상을 체계적으로 죽이거나 노예로 삼거나 억압하려면, 긴밀한 정치체가 있어야 한다. 대다수 사람은 타인을 불구로 만들거나 살해하고 고문하고 복종시키려는 성향을 타고나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면 일반적으로 엄격한 지휘 계통, 대규모 훈련, 그리고 군인의 정신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고도로 조직적인 지배 위계구 조가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실패했거나 실패하고 있는 국가들이 집단학살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분석해보면 오히려 실패했거나 실패하고 있는 국가들은 제대로 작동하는 거대한 제국보다 집단 학살을 저지를 가능성이 훨씬 더 작거나 그렇게 할 능력이 훨씬 더 부족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체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해하려면, 강력한 권력과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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