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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기도자를 구해주고 죽은 사람

...검수원 시절, 어느 봄날밤, 자살할 결심을 하고 혼자 술을 마신 뒤 부두로 걸어나갔다. 자살한 시체가 떠오르
는 것이 싫었으므로 정박해 놓은 배와 부두 사이에 나 있는 틈에 몸을 던져 배 밑의 스크류에 휘말려 버리려고 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형 화물선으로 다가가 바다에 풍덩 몸을 던졌다. 그리고 빨리 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물을 두 번이나 먹었는데 세 번째로 물 위에 떠올랐다. 1도만 더 내려가면 빙점이 되는데 왜 그 1도가 모자라 물이 얼지 못한 것처럼 거기에서 더 이상 물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되었다.
그때 두 팔로 허우적거리다가 팔에 무엇이 걸려 그것을 꽉 움켜쥐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본인 이등 항해사 하시다 고진이 자신을 구출해 준 것이었다. 하시다는 마침 고향 생각도 나는 판이어서 갑판에 서 있다가 물에 풍덩 빠지는 사람을 보고 밧줄을 던져 그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 배는 일본 선적의 석탄화물선이었고, 하시다는 응급치료 뒤에 약도 주었고, [성공의 법칙]이란 책을 주며 '꼭 잘 살라'고 위안을 했다. [성공의 법칙]이란 책은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나오는 '파랑새' 이야기로 시작해서 행복의 파랑새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는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나중에 하시다 고진이 일본에 돌아가서 세도나이카이를 지나가다가 풍랑을 만나서 죽었다. 휠씬 뒤에 다른 선원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시인의 마음은 착잡했다. 자살자를 살려 주고 [성공의 법칙]까지 주면서 잘 살라고 격려했던 그가 오히려 풍랑을 만난 배와 함께 침몰해 죽다니!...
-고은 문학앨범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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