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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벤치는 훈계실이 아니다


— 김태형 감독의 3년, 리더십은 무엇이 달라졌는가9월 8일 롯데와 NC의 경기에서 눈에 거슬리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김태형 감독이 경기 도중 박세웅을 벤치로 불러 세워놓고 주의를 주는 모습이었다.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경기 중인 선수를 불러 세워놓고 훈계해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우리 때는 이런 일이 흔했다. 선수를 세워놓고 감독이 야단쳤다. 차렷, 열중쉬어 식의 군대 문화도 스포츠 현장에 남아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선수를 이런 방식으로 지도하기 어렵다.더구나 박세웅은 어린 학생선수가 아니다. 오랫동안 프로에서 던진 투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경기 중 질책은 좋은 피드백이 아니다경기 중 투수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어야 하는가.다음 이닝, 다음 타자, 다음 공이다.그런데 이미 지나간 플레이를 놓고 선수를 불러 세워 주의를 주고 질책하면 선수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선수의 집중을 다음 플레이로 옮겨줘야 할 시간에 감독에게 혼났다는 생각을 하나 더 집어넣는 꼴이 될 수 있다.
경기 중 강한 질책은 지도라기보다 감독의 화풀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현대 스포츠심리학의 경기 중 피드백 원칙도 선수를 공개적으로 세워놓고 감정을 섞어 질책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피드백은 구체적이고 간결해야 하며, 선수가 통제할 수 있는 다음 행동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잘못을 지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왜 그렇게 했어?”가 아니라
“다음에는 이렇게 하자.”지나간 플레이에 선수를 붙잡아놓지 말고 다음 플레이로 돌려보내야 한다.그것이 경기 중 코칭이다.
감독의 감정은 코칭이 아니다김태형 감독의 경기 모습을 보면 화난 표정이 자주 보인다.벤치에서 선수의 플레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경기 중 선수를 불러 이야기하고, 때로는 선수의 동작과 폼을 그 자리에서 고치려는 모습도 보인다.나는 이것 역시 바람직한 경기 중 코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경기는 폼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다.선수는 훈련에서 수없이 반복해 만든 동작을 경기에서 믿고 실행해야 한다. 경기 중 폼을 이것저것 의식하게 만들면 몸으로 하던 동작을 머리로 하게 된다.생각이 많아지면 동작이 굳을 수 있다.훈련에서는 가르쳐야 한다.
경기에서는 믿어야 한다.폼을 고칠 일이 있다면 훈련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 왜 문제가 생겼는지 진단하고, 선수와 대화하고, 반복훈련을 통해 몸에 익힌 다음 경기에 내보내야 한다.경기 중 벤치에서 몇 마디 한다고 폼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화난 얼굴이 팀을 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감독은 선수보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자리다.선수가 실수했다고 감독까지 흥분하면 벤치는 더욱 무거워진다.감독이 화난 표정을 짓는다고 선수가 갑자기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큰소리를 친다고 제구가 좋아지고, 타격 밸런스가 돌아오며, 수비 판단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선수는 감독의 눈치를 보기 시작할 수 있다.‘또 실수하면 어떡하지.’이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플레이는 위축된다.선수가 감독의 얼굴을 보며 야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수는 공을 보고, 상황을 보고, 상대를 보며 야구해야 한다.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내가 더 아쉽게 보는 것은 이런 모습이 한 경기에서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김태형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 3년 동안 비슷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화난 표정, 경기 중 질책, 벤치에서의 코칭, 선수 동작에 대한 즉석 개입….그렇다면 이제 감독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선수에게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한다. 폼을 바꾸라고 하고, 생각을 바꾸라고 하고, 플레이를 바꾸라고 한다.그렇다면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가.야구는 변했다. 선수도 변했다. 교육도 변했고 스포츠과학과 스포츠심리학도 발전했다.지도자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권위로 선수를 누르고 공개적인 질책으로 움직이려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프로선수는 감독의 감정을 받아내기 위해 벤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감독이 해야 할 일은 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선수가 다시 자기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나는 코칭의 기본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훈련에서는 가르친다.
경기에서는 믿는다.
실수했을 때는 다음 플레이를 준비시킨다.9월 8일 박세웅을 불러 세운 장면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경기 중 벤치는 훈계실이 아니다.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감독의 화난 얼굴이 아니라,
다음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게 해주는 한마디다.이것이 피드백이고, 이것이 코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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