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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키 미서부 여행기 (05) - 샌디에고 미션베이비치, 브라질 미녀와의 첫만남



샌디에고에서 유명하다는 씨월드 관람을 마친 후 컨티키 버스가 향한 곳은 미션 베이 비치 (Mission Bay Beach)입니다.
너무 준비없이 떠나 온 여행인지라 그냥 남들 가는 곳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생각 없이 다니는 것도 편하고 여유롭습니다.

오전 내내 흐려있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한 하늘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미국도 같나봅니다.
저는 이제 위고비의 계절...

미션 베이는 무척 드넓은 해변이었습니다. 해변의 길이가 2km는 충분히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지금까지 제대로 해수욕장에서 놀아본 기억이 없네요. 해운대나 경포대는...뉴스에서나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가본 곳중 가장 길었던 해변은 인도의 고아 해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해변의 길이가 길면 뭐하고, 날씨가 좋으면 뭐합니까.
해변이라면 마땅히 비키니 미녀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날씨가 온화하기로 소문난 샌디에고라 해도 10월이니만큼 해수욕을 즐길 시기는 끝났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몇몇 열혈 서퍼들은 파도를 타고 해맑은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만 몸매를 뽐내는 여성들이 없으면 그건 해변이라 할 수 없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발 시려울까봐 밟아보지는 못하고 가만 앉아 모래 입자들을 만져보니 제법 곱습니다. 파도에 떠밀려 온 작은 조개 껍질들은 시간이 지나고 모래 속의 별이 되어 반짝이겠죠.

살쪄서 뒤뚱뒤뚱 ...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 주워먹고 살만 찌운 갈매기들은 사람들을 피하는 시늉조차 안합니다.
물갈퀴는 폼으로 달고 있나 봅니다. 열심히 헤엄쳐서 사냥할 생각은 없고 구걸로 연명하는 녀석들...

갈매기들이 먹을거리를 구걸하는 사이 다른 한쪽에선 서퍼들이 바람을 구걸하고 있습니다.
찬 바다에 뛰어들지 않아도 나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장비가 폼납니다.

오늘 해변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는지 몰랐던 저는 해변과는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가을 바다를 즐겨봅니다.
수영복도 없고, 서핑 보드도 없고, 짧은 다리 밖에 없네요.

유유히 산책하며 거니는 사람들, 열심히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 페달질을 하는 사람들, 여행자의 눈에는 무척 여유롭게 보이는 풍경입니다. 야외 활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샌디에고의 기후가 부럽네요.
우리나라의 여름철은 운동하러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더운 공기 마시며 운동하다가 어느 순간 훅 갈 수도 있지요. 겨울철엔 너무 너무 추워서 나가지 못하겠고, 봄에는 나른하게 졸려서 잠자느라 시간이 부족하고, 가을엔 외로워서 운동 못하겠고...
우리나라에선 운동할 여건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찌는 이유는 다 날씨 탓이쥬.
샌디에고에 산다면 진짜 열심히 운동할 자신 있는데....

길에 늘어선 까페에는 인공파도를 만들어 놓은 곳도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파워의 파도가 생성되고 있어 서핑을 즐길만 해 보이는군요. 서핑 장비도 대여 가능하던데, 한번 시도해볼까 망설이다 그냥 포기합니다.
캐리비안 베이에서 바디 서핑 탔다가, 타자마자 바로 똥창 직행한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고인물들 사이에서 초라한 모습 보이기는 싫습니다.

햇살 따스한 샌디에고 해변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드러누워 봅니다.
컨티키 버스 출발 시간까지 마땅히 할 게 없어 그냥 시간 보내는 겁니다.
잠시 후, 데이브와 리차드가 나타납니다. 바닷물이 차가웠는데도 서핑을 하고 왔다는군요. 에씨 그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꼽사리껴서 한 번 배워 볼 걸 그랬습니다. 길거리에는 서퍼들을 위한 드라이샵이 있어 10~20분이면 젖은 옷을 말려준다는군요.

또 잠시 후, 컨티키 투어 팀 50명 중 가장 눈에 띄던 미모의 여자애가 다가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오! 너무나도 신나고 고맙게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군요.
사실 웬만하면 먼저 말 걸고 친한 척을 했을텐데, 이 친구는 그러기가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키가 180 정도에 비율도 예술이고, 그냥 모델 그 자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감상용(?) 멤버로만 생각하던 차인데...
"안녕, 난 마리아야.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왔고, 친하게 지내자"하며 손을 내밉니다.
순간 보잘 것 없었던 뇌의 뉴런들이 풀가속으로 오버클럭하기 시작합니다.
'아..... 리오 데 자네이로는 어떤 곳이더라...세계에서 3대 미항으로 일컬어지는 거기 맞지? 거대한 예수상이 리오에 있었나 상파울루에 있었나.... 브라질 사람이니 축구 좋아하겠지? 플라멩구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걸 보니 그럴 것 같긴 한데....'
사회과부도나 신문기사 귀퉁이에서라도 얼핏봐던 브라질에 관한 모든 지식을 끄집어 낼 기세입니다. 갑자기 집중력 폭발하면서 과부하가 느껴지네요.

다른 영어권 외국인 친구들에 비해 마리아와 말이 훨신 잘 통했습니다. 제 영어 실력이 이렇게 쓸만한 줄 처음 알았네요. 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뇌를 활성화시킨 게 분명합니다. 영어가 아주 술술 나옵니다.
마리아가 저의 큰 사진기를 보더니 자기 사진 많이 찍어 달라고 합니다.
'많이만 찍어 주겠니, 하루 종일 사진 셔틀할 준비 끝이야.'
오늘밤 자기 전엔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브라질에 대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야겠습니다. 뭘 알아야 한마디라도 더 해보죠.ㅋ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오예!
앞으로 컨티키 여행 일정이 겨우 12일 밖에 남지 않은 게 벌써부터 아쉬워집니다.....

매우 쏘리하지만 이제부턴 너희들에 대한 관심을 조금 줄이도록 하겠어.
2시간 가량 미션베이에서 시간을 보낸 후 호텔로 돌아갑니다.
샌디에고의 미션베이 비치는 특별히 예쁜 해변은 아니었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는 정도?
햇살 뜨거운 여름 시즌에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다양한 해양 레포츠들과 함께 해변의 본모습을 즐길 있을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무척 설레고 신났던 곳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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