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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덕에 '사람의 아들' 오랜 개인적 의문이 풀리네요

10년도 더 전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읽었습니다.
내용이 쉽지는 않았는데, 당시에도 아하스 페르츠 쪽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이 전능하고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가.
굶고 있는 사람에게 내세의 구원을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빵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려는 쪽은 오히려 아하스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있는데요.
배가 부르면 무조건 착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 생존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어야 남을 생각하고 오래 보고 판단할 여유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하스 페르츠의
‘사람에게 선과 사랑을 요구하기 전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부터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
는 문제제기가 저한테는 꽤 설득력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예전부터 딱 하나 이해가 안 됐던 게 결말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기독교를 강하게 비판하고 아하스의 논리를 거의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마지막에 민요섭이 다시 기독교로 돌아가는 부분이 저한테는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당시에는 혼자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혹시 이문열이 여기서 일부러 멈춘 건가?’
‘기독교 사회의 반발을 의식해서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못 하고, 결말만 급하게 기독교 쪽으로 봉합한 건 아닐까?’
심지어 그 어색한 결말 자체가
‘난 여기까지밖에 못 쓴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달라’
는 식의 메시지인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오늘 문득 생각나서 ChatGPT와 이 얘기를 하다가, 제가 모르고 있던 이문열의 인터뷰를 알게 됐습니다.
이문열은 《사람의 아들》을 단순히 기독교를 공격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기보다, 본인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신과 종교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더군요.
그리고 더 인상적이었던 건 이 작품을 한 번 쓰고 끝낸 게 아니라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개정했고, 수십 년 뒤까지 직접 손봤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제가 예전에 했던 생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외부의 눈치를 봐서 결말을 그렇게 정리한 거였다면, 이후 여러 번 고쳐 쓸 기회가 있었는데도 핵심적인 결말을 계속 유지할 이유는 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결말 자체가 이문열 개인의 꽤 분명한 생각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결말이 너무 급하다고 느껴서
‘작가가 끝까지 못 간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적어도 ‘눈치를 보고 일부러 물러난 결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부분은 이제 좀 정리가 됐습니다.
10년 넘게 혼자 가지고 있던 《사람의 아들》 결말에 대한 의문 하나가 오늘 뜻밖에 풀렸네요.
오랜만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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