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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있었던 이상한 일

조금 긴 글입니다.
광역버스라고 하던가요? 하여간 두 사람씩 나란히 앉는 구조로 되어 있는 시외버스를 수도권 신도시에서 타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퇴근 시간 조금 지난 무렵(저녁 7시반~8시)이었는데, 저를 포함해서 버스 안에 끽 해야 대여섯명이 타고 있는 정도였고, 사실 그 인원수조차도 대부분 제가 승차한 정거장에서 탄 인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리가 많이 비어있었기 때문에, 저는 타자마자 적당히 버스 중간 부분 정도에 두 자리 모두 비어있는 좌석에 가서 창가 쪽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서울까지 한 시간 정도가 걸리니 눈을 감고 좀 잘까 하고 있었는데, 같은 정거장에서 뒤늦게 맨 마지막으로 한 여자가 타는 것이었어요.
사실 안보려고 해도 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 솔직히 좀 이쁜 편이었습니다.
나이는 20대 초반?(최대한 많이 잡아봐야 20대 중반?)
아이오아이 최유정을 닮은 인상에 키가 약간 작아보이기는 했지만(160cm가 조금 안되 보였습니다), 그래도 새하얀 피부에 약간 색기 있는 느낌? 복장도 겉옷으로 셔츠를 하나 입기는 했는데,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안으로는 가슴 쪽이 많이 파인 나시를 입은, 하여간 섹시한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버스를 탄 이 여자가 두리번 거리면서 자리를 찾더니, 내 옆자리에 와서 앉는 것이었어요.
텅텅 빈 버스에 두 자리 다 빈 좌석이 대부분인데, 난 “하필 내 옆자리에 왜 앉은거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처음에는 솔직히 “그냥 우연이겠지.” 내지는 “여러 정거장 거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찰 수도 있으니, 양복을 입은 내가 그나마 좀 매너 있게 보여서 않았나보다.”라고 대스롭지 않게 생각을 했어요.
뭐 그런거 있잖아요.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고 창가 쪽에 앉았다가, 다음 정거장에서 변태 아저씨가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하니, 양복 입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창가 쪽에 앉아 있는 복도 쪽 자리를 선점하는. 하여간 저는 최대한 정상적인 사고를 했어요.
저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고, 아니 거의 출발하자마자 이 여자가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내 쪽으로 머리가 내려오고,,,저는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여자가 좀 피곤했나보다.”
“혹시 취했나?”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서 취한 걸로 보이지는 않았고, 하여간 난 그냥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없나보다 했고, 어깨에 반동을 줘서 살짝 살짝 밀어서 깨우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상했듯이 어깨로 밀치자, 여자가 바로 깨어나서 앞을 주시하는 척 하더군요. 난 여자가 창피해 할까봐 일부러 창밖을 보는 척 딴 청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여자가 다시 졸기 시작했어요.
나는 계속해서 어깨로 밀었는데, 이제는 밀어도 깨지를 않는 거예요. 버스는 다음 정거장, 그 다음 정거장 계속 이동을 했는데, 타는 사람이 겨우 한, 두사람 될까말까 였고, 버스는 계속 한산했어요.
언제부터인가 여자의 얼굴이 아예 내 어깨에 기댄 상태가 되었는데, 버스에 새로 타는 사람들은 아마도 저희가 연인 사이인 걸로 착각을 했을 겁니다.
그때 저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깨우는 게 맞나?” 정말 고민 고민 하다가, 제가 용기를 내서 손 끝으로 여자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어요.
그러자 여자가 눈을 뜨고, 다시 자세를 바로 잡기는 했는데, 표정이 묘했어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는 보지도 않고 정면을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대개 “아우,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피곤했나봐요.” 이런 말 중에 하나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저는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바라보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단어가 팍팍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어색한 표정이었을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여자가 민망해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편안한 미소를 짓고 “많이 피곤하셨나봐요.”라고 말을 해봤는데, 그 여자는 내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그냥 앞만 보고 저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많이 창피했나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잠깐 여자는 정신이 말짱해졌는지, 휴대폰도 보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고, 나도 잠깐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의자에 기대 앉아 잘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버스는 이제 고속도로 구간에 진입을 했습니다.
다음 정거장까지 약 30분 정도? 버스는 여전히 거의 승객이 없는 상태 그대로였고, 저는 서울로 진입해서 처음 정차하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여자는 다시 졸기 시작했어요. 저는 어깨로 계속 밀쳐서 깨우려고 했는데, 여자는 아예 대놓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서 다시 손끝으로 여자의 어깨를 살짝 쳐서 깨우려고 했는데, 여자가 눈을 뜨더니 이번에는 내 눈을 한 번 빤히 바라보았다가 다시 자기 얼굴을 내 어깨에 기대고 눈을 감아버리는 거예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는 좀 멘붕이 왔어요. 아니 솔직히 단순한 ‘멘붕’이 왔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이거 무슨 싸인을 주는 건가?”, “나를 유혹하는 건가?” 그런 생각만 들었죠.
더욱이 사실 처음 여자가 내 어깨에 기대기 시작할 때부터 제 시선에 여자의 노출된 윗가슴이 계속 보였는데, 아예 얼굴을 파묻어버리니까, 이제는 완전히 가슴의 절반 이상이 보이고 있었어요.
진짜 고속도로 구간부터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꽃뱀인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혹시 원나잇?”
우습게도 저는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온갑 생각만 하면서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어요. “일단 쉬게 놔두고, 생각을 해보자.”가 그때 제 생각이었죠.
그렇게 20여분을 달렸을 때, 이제 여자가 아예 내 허벅지 위로 자기 손을 올려놨어요. 사타구니 쪽까지는 아니고 무릎과 사타구니 사이의 정 가운데 쯤에 떡 하니 자기 손을 올려놓았는데, 저는 “이제 서울 도착하려고 하니, 마지막 싸인을 주는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는 결혼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실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여자친구가 있어서 안돼.” 보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인데, 안 들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도 같아요.
서울에 진입하고 다음 정거장이 가까워졌을 무렵, 저는 여자의 머리 위로 내 머리를 살짝 기댔어요. 여자의 머리는 내 어깨에 파묻혀 있었고, 그 머리 위로 내 머리를 기댄 상태. 여자의 손은 끝까지 내 허벅지에 있었고,,,
마침내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고 하자 벨은 이미 다른 사람이 누른 상태였는데, 버스가 서자마자 그 여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요.
그러더니 성큼성큼 버스에서 내리는 것이었고, 나야 원래 내려야 하는 정거장이니 그 뒤를 따라서 내렸죠.
그 곳은 중앙차선 버스 정거장이었고, 그 여자는 제가 가는 정확히 반대쪽 행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저는 집에 가려면 반대쪽 행단보도로 건너야 하는 상황.
저쪽 행단보도가 먼저 파란불이 들어왔는데, 저는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
“저기요.”
그런데 여자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 처음 보는 남자가 왜 나한테 말을 걸지?’ 하는 표정으로 “네?” 하면서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저는 “아, 아니요. 많이 피곤하셨나봐요.”라는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나 싶은 멘트를 남기고, 그냥 돌아서서 제가 가야 할 행단보도를 건너와 버렸습니다.
건너 와서 집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사실 저는 속으로는 미련이 남았는지, 뒤돌아서 그녀를 봐봤어요. 그녀는 그쪽 행단보도를 건너가더니, 두리번 두리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약간 헤매더니 이내 지하철역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가더군요.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나를 진짜 유혹한 것일까요? 아니면 진짜 졸려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나 혼자 오버한 걸까요? 조금 시간이 지난 이야기인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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