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들은 왜 선진국 추격이 불가능해졌는가
Why poor countries stopped catching updavidoks.blog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Convergence
1995~2015년 저개발국 성장, 일시적 거품. 오히려 개도국 조기 탈산업화 부추겨. 거품 끝나자 성장 급락, 부국·빈국 격차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2025년 말, 경제학자 세 명이 '2025년에 나온 가장 중요한 아티클'로 꼽힐 만한 에세이를 발표했다.
이들은 제목부터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으로 달았다. "수렴에 대해 우리가 틀렸다(We were wrong about convergence)."
경제학의 기본 이론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는 부유한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마땅하다.
경제학 교과서의 핵심 뼈대인 '솔로-스완 성장 모델'은 가난한 나라가 선진국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추격 성장'을 거쳐, 결국 양쪽의 경제 격차가 좁혀지는 '경제적 수렴'에 도달한다고 명쾌하게 예측한다.
그러나 21세기의 어느 시점부터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현실 어디에서도 이론이 말한 수렴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선진국과 빈곤국의 소득 격차는 끊임없이 벌어지기만 했다.
과거 빈곤국이 선진국보다 빠르게 달리지 못했던 이유는 불운한 환경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있다.
즉 20세기 중반 개도국들을 휩쓴 전쟁과 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제구실을 못 하는 제도 탓에 성장이 발목 잡혔을 뿐인데, 이런 악조건들이 '일시적인 문제'에 그치고 사라지자 경제 이론이 예견했던 눈부신 추격 성장이 마침내 찾아왔다고 봤었다.
그러나 지금, 가난한 나라의 성장 속도는 다시 선진국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들은 에세이에서 "냉혹한 현실이 다시 바뀌었다"며 "무조건적 수렴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경제성장이란 바로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앞선 생산 한계, 즉 '기술 최전선(Frontier)'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또 다른 중요한 논리가 뒤따른다. 어떤 국가는 다른 국가보다 이미 이 기술 최전선에 바짝 다가가 있다.
솔로 모델의 경우 결론은 명쾌하다.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가, 점차 부유해질수록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며 결국 선진국의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예측이다.
솔로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쥐었다. 솔로 모델이 예견한 추격 성장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직관적이어서,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로 믿어버렸다.
그러나 이들의 확신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변화를 이끈 동력은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무어의 법칙'이었다.
빈곤국은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 동안 더 가파르게 성장한 쪽은 이미 부유했던 선진국들이었다. 학계의 한 유명 논문은 솔로 수렴 가설이 "국가 간 실제 통계 데이터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건조한 어조로 사망 선고를 내렸다.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소득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경제학자들은 땜질식 처방을 찾아 헤맸다. 조건 없이 따라잡는다는 '무조건적 수렴'을 슬그머니 포기하고 이른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이라는 개념으로 후퇴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가난한 나라가 더 빨리 성장한다"라는 가상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진국과 빈곤국의 조건이 같을 리 만무하므로 조건부 수렴은 공허한 말장난에 가까웠다. 이는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 국가를 머릿속에 지어내어 펼치는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결국 한 세기를 풍미했던 솔로 수렴 가설에는 남은 알맹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18년 수브라마니안, 샌더퍼, 파텔(SS&P)은 도발적인 글을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이 수렴 이론을 완전히 폐기 처분하려던 바로 그 시점에, 수렴이 기적처럼 되살아났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나타난 수렴은 가난한 나라들의 1인당 소득이 개선된 동시에, 선진국이 몰려있던 유럽과 일본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양쪽이 맞물려 나타난 진짜 결과였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렴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였다. 수많은 전문가가 성급하게 승리를 자축했다. 죽었던 솔로의 예언이 마침내 부활했다는 환호였다.
노아 스미스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이 논문을 극찬하며 "세계에 미칠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유럽의 식민 지배를 겪었던 국가들이 더 강력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라고 평가했다. 무역 장벽을 허문 세계화는 약속을 지켰고, 경제 개발은 눈부신 결실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축배는 너무 일렀다. '무조건적 수렴의 새로운 시대'를 당당하게 선언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세 경제학자는 수렴의 시대가 아니었음을 알리며 돌아왔다.
SS&P는 솔로 수렴의 종말에 관해 두 가지 핵심적인 사실을 지적했다.
첫째, 수렴이 끝장난 이유는 선진국을 유럽과 일본으로 한정해서 봤던 착오와, 가난한 나라들의 성장이 벼랑 끝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이 맞물려서이다. 선진국 경제는 유럽과 일본이 전부가 아니다. 나머지 선진국들은 특히 미국, 한국, 대만 등은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고, 더 본질적인 원인은 빈곤국의 성장 엔진이 완전히 꺼져버린 데 있었다.
둘째,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률은 지난 15년간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세 학자는 "솔로 수렴을 무덤으로 보낸 결정타는 바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두 대륙의 극심한 성장 둔화였다"라고 분석했다.
세 학자는 에세이를 마무리하며 가난한 나라들의 추격이 멈춘 원인으로 학계에 익숙한 몇 가지 악재를 꼽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새롭게 쌓아 올린 보호무역 장벽이 가난한 나라들의 수출과 성장 기회를 앗아갔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세계 최빈국들이 선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 어렵다"라며 암울한 결론을 내렸다.
'무조건적 수렴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세상을 들뜨게 했던 학자들이, 이제는 수렴이 끝났으며 미래가 나아질 희망조차 희박하다고 말한다.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히 절망적인 진단이다.
그렇다면 왜 2010년대 중반에 이르자 가난한 나라들의 성장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붕괴했을까?
현재 개도국들의 경제의 체질은 심각하게 왜곡됐다. 제조업 투자는 완전히 말라버렸다. 게다가 끝에는 언제나 처참한 붕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잠비크의 1인당 연간 소득 성장률은 2014~2024년에는 0.3%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잠비아의 성장률은 0.3%로 곤두박질쳤다.
이들 국가 내부에서는 스스로 기술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독자적인 산업 역량 축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독자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면, 성장이 이처럼 멈춰 서지도 않았을 것이며 거품이 꺼진 뒤 재기하는 데 이토록 처절하게 애를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들 빈곤국에 남은 제조업 생산 능력은 오히려 후퇴해 있었다.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이 경고했던 빈곤국의 '조기 탈산업화(Premature deindustrialization, 공업 발전이 정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제조업 기반이 조기에 무너지는 현상)'가 끔찍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대수렴을 산산조각 낸 진범은 바로 공장을 잃어버린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 붕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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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이보면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 빠르게 따라잡는건 저출산율밖에 없는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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