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주의) 암살자들 보고 온 후기입니다
우선 진짜 교묘하고 음흉한 영화는 맞다고 봅니다. 특정한 의도를 영화 곳곳에 숨겨놨어요.
다른 내용들은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이야기했을 테니 저는 비교적 사소한 부분들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스포 있습니다.
처음 피격 이후 육영수 여사를 수술한 의사가 나와서 간략하게 브리핑을 하는데 표정을 좀 이상하게 짓습니다. 그걸 보고 이민호가 “의사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바로 의심을 하죠.
아니ㅋㅋㅋ 그 의사분은 당시 실제 인물이고, 영화가 굳이 이런 식으로 음모론을 그대로 살려서 구린 뉘앙스를 풍기는 게 저는 너무 웃기더군요. 그런데 이런 식의 연출이 영화 내내 계속됩니다.
유해진이 맡은 인물은 가상의 경찰인데, 저격 사건 당시 경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면 위기에 처합니다. 유해진 집에 세 들어 살던 후배 경찰은 당시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문세광을 그냥 통과시켰다는 이유로 끌려가 물고문을 비롯한 온갖 고문을 당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것조차 사실 그 경찰음 아무 잘못없는데 대통령 경호실장인 엄태웅이 일부러 통과시키게 한 것처럼 묘사하죠ㅋㅋㅋ
여기서 더 웃긴 게 장면 배치입니다.
중간에 육영수 여사 장례 장면이 짧게 나오는데, 유해진 와이프역인 엄지원이 아줌마들이랑 TV를 보면서 장례식을 지켜보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그 장면과 후배 경찰이 물고문당하고 남산에서 두들겨 맞는 장면을 계속 교차해서 보여줘요.
굳이??? 왜 굳이 이 두 장면을 교차편집할까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이 장례식을 보면서 울고 있을 동안, 아무 죄 없는 사람은 끌려가서 고문당하고 있었다”는 이미지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사소한 연출에서부터 감독이 관객에게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지가 너무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박해일, 유해진, 이민호 등 주요 인물들이 “진실이 뭐냐”, “진실을 밝혀라”, “거짓말이다”, “배후가 분명히 있다” 이런 식의 대사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사건에 대해 의혹을 품고 추적하는 영화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 사건을 DJ 납치사건, 일본과의 피해보상금 문제, 한일협력 관계, 지하철 건설에 참여한 일본 기업의 주가 등과 계속 엮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이 피격 사건을 계기로 한일 간의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풀렸고, 반일 시위가 일어나면서 긴급조치까지 해제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여자 기자의 대사로 집어넣습니다.
거기에 가상의 일본 기업 주가가 특정 시기에 맞춰 오르고 내렸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DJ 납치사건과도 또 연결하죠.
결국 관객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드냐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누군가 이 사건을 벌이고, 이후 수습까지 설계한 것 아니냐” 더불어 dj는 엄청난 시대의 피해자 이미지 같이주고요. 자꾸 이런식으로 영화를 계속 끌고 갑니다.
그런데 그런 자작극을 벌일 수 있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배후는 사실상 계속 중앙정보부를 가리키고 있는 거죠. 그리고 당시 무소불위의 중앙정보부를 보여주면서 결국 그 위에 누가 있는지까지 관객이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만드는 구조고요.
엄태웅이 맡은 대통령 경호실장도 뭔가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 인물처럼 그려집니다. 유해진이 찾아가서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니까 그냥 두들겨 패고 사라집니다. 아무 설명도 안 합니다ㅋㅋㅋ
그러니 관객 입장에서는 “아, 이 인간 뭔가 알고 있구나. 숨기는 게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김대명인가? 후임 기자는 “일본한테 보상금 받아서 뒤로 작업하고 로비해서 지하철 만들고 일본 기업만 배불려줬다. 이게 말이 되냐. 그 돈은 국민들에게 돌려줘야지”라는 취지의 대사까지 합니다.
여기서 또 실소가 나왔습니다.ㅋㅋㅋㅋ돈을 뿌렸어야했다고??
심지어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자유언론실천선언까지 끌어옵니다.당연히 탄압하러온 중앙정보부 나오고요 사람들 개패듯이 팹니다 밑도끝도없이 ㅋㅋ
그러면서 또 문세광은 사실상 “이용당한 평범한 사람”,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처럼 묘사합니다. 이민호가 일본까지 가서 문세광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후가 따로 있다는 식으로 계속 밀어붙이죠.
실제로 기자들이 저런 식으로 일본까지 가서 사건의 배후를 추적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결국 문세광은 단순한 범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순수하게 이용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굉장히 강하게 줍니다.
마지막도 마찬가지입니다.
1989년쯤 당시 현장 감식에 참여했던 사람이 나와 “사라진 탄환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방송을 나이 든 박해일, 이민호, 그리고 사건 이후 경찰에서 잘려 경비원이 된 유해진이 지켜봅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더니 바로 실제 피격 영상을 보여주고,
“경찰 24명이 파면됐다”
“기자들도 자유언론실천선언 등으로 해고됐다”
이런 내용들을 자막으로 보여주면서 끝납니다.
이게 정말 아무 의도가 없는 영화라고요?
저는 전혀 그렇게 안 보였습니다.
상상력을 더한 영화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닙니다. 배후가 미국이었다거나, 일본이었다거나, 완전히 허구적인 세력이었다면 그냥 하나의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보고 넘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앙정보부를 사람 두들겨 패고, 억압하고, 감시하고, 사건의 진실까지 권력으로 묻어버리려는 집단으로 그립니다.
거기에 단순히 사건을 은폐한 정도가 아니라 피격 자체에도 관여한 것 같은 뉘앙스를 영화 내내 풍깁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몰랐을 수도 있고 밑에서 알아서 벌인 일로 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은 저는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
영화가 만들어놓은 구조 자체가 당시 권력의 정점까지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만드는 방향인데, 그걸 굳이 분리해서 볼 수가 있나 싶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많이 문제를 지적하는 걸 보면서 그래도 다들 이런 식의 연출 의도를 알아보는구나 싶었는데, 영화 끝나고 오늘 제 뒷자리에 앉아 있던 50~60대 정도의 아주머니 두 분이 대화하는 걸 듣고 개충격이었습니다
근데 유해진은 왜 경찰 잘린 거야? 억울하네ㅜ ㅜ
맞아. 이런 거 다 조작이야. 조작이었을 거야.믿을수없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걸 듣는 순간 아… 싶었습니다.
영화가 사실과 허구를 섞고, 직접적으로 “이게 진실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장면 배치와 대사, 음악, 교차편집으로 계속 특정 방향의 의심을 심어주면 실제로 그걸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생기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단순히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영화 정도로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의도가 굉장히 명확했고, 그 의도를 직접 말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 상당히 교묘했다고 봅니다. 이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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