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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은 환경 전사가 아니었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몽골 제국에 대한 재평가 기류에서 몽골 제국의 확장이 "평화롭고 자발적이었다"고 널리 대중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증거들은 몽골 제국이 엄청난 잔혹 행위를 자행했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13세기 몽골 정복기의 집단 유골 매장지들마다 구덩이 속 시신들의 뼈에는 "폭력적인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화재 흔적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도시를 휩쓴 화재를 시사한다. 아이, 당나귀, 염소, 고양이, 새의 해골이 겹겹이 쌓여 있는 불가사의한 매장 구덩이들이 파장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몽골 제국 침공 시기의 집단 학살 유골 매장지들 발굴 모습
반대로 몽골 제국의 파괴 행위가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었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몽골 제국이 지구 온난화를 어느정도 감속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친환경 전사라고 한다면 초목을 가꾸길 좋아하는 전사라든가 새로 자라나는 묘목을 쓰다듬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와 전혀 달랐다.
몽골제국은 나무를 심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탓에 대자연이 잠시 힘을 되찾았고, 숲이 다시 자라났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졌다는 연구였던 것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 토지 피복 모형을 구축한 뒤,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추출한 빙하 코어를 분석해 얻은 기후 데이터를 모형에 입혔다. 그런 다음 세계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환경 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몽골제국이 등장이다.
이 연구진에 따르면 몽골 침략자들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무려 7억톤이나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의론도 많아졌다. 몽골제국(대개 몽골인들과 튀르크족 군인들)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은 4천만명정도였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4천만명의 살상(당시 세계인구의 10%)이라는 단일 사건으로 과연 지구에 그정도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한 회의론인 것이다.
최근의 과학자들은 인구감소 규모와 함께 중요한게 기간이라며 단기적인 참사가 장기적인 참사보다 영향력이 적었을 것이라며 이처럼 기이한 결과를 설명한다. 몽골제국은 파괴적인 비극이었고 경제에 미친 여파는 컸지만, 환경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몽골제국의 확장은 광대한 영토를 혼돈과 폭력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으며 앞서 말했듯 4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몽골제국은 약 175년간 유라시아 전역에 정착하고 그곳을 지배했다. 정치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교역이 활성화되고 번영을 이루었다.
즉 몽골제국은 장기적으로 환경에 이득을 주지 못했으며 환경운동가와 전혀 딴판이었고, 그를 변호해 줘야 할 이유는 그쪽으로는 딱히 없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유럽의 식민역사에 대한 비난에 묻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갔지만 몽골 제국도 정복 활동으로 막대한 인명을 살상했다는 점이다. 무시무시한 제국이었고,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몽골제국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기 위해 니샤푸르 시에 175만명의 해골을 산처럼 쌓아 놓았다고 한다.
사실 빙하 코어 표본을 연구하면 실제로 환경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따로 있다. 이 표본은 앞서 언급한 유럽의 식민화로 아메리카 대륙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 다룬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현대 과학자들과 기후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6세기 아메리카의 붕괴로 인해 원주민들의 농경지였던 수천만 헥타르의 땅이 다시 거대한 숲과 밀림으로 변했다. 이 엄청난 양의 나무들이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히 흡수하면서, 16세기 말과 17세기 지구 전체의 기온이 뚝 떨어지는 '소빙기(Little Ice Age)'가 찾아왔을 정도였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폭력도 잔혹했지만, 16세기 중후반까지 지속된 '아메리카의 대붕괴'라고 불리는 사건이 끝날때까지 아메리카에 도래한 유럽인의 수는 단순 이주민까지 모두 합쳐서 6만명에 불과했는데(다만 16세기 후반에 18만명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단 20년만에 그간 누적치의 3배가 더 들어온다.) 수천만 인구가 삽시간에 사라진 이유는 역병이었다.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약 90%의 원주민이 대가 끊겼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보통의 통념은 숙주가 너무 빨리 죽으면 바이러스도 함께 소멸하기 때문에, 보통은 치사율이 낮고 전파력이 높은 방향으로 바이러스가 진화하곤 한다. 이 지식 자체는 현대 의학에서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다.
물론 전근대에는 유럽의 흑사병 사태 등 인구의 30%이상이 대단위로 사라지는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16세기의 아메리카 사태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생물학적 특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법칙이 전혀 통용되지 않았고 유럽의 흑사병보다 훨씬 파국적이었다.
당대 아메리카 대륙은 구대륙에 비해 치명적인 전염성 바이러스나 급성 감염병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적은 편이었다. 즉 면역력 0%의 처녀지 효과로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눈앞의 방화벽이 전혀 없고, 마른 짚단에 불이 붙은 것처럼 사방이 온통 자신을 받아들여 줄 숙주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하나의 병이 지나가고 간신히 살아남아 면역력을 얻으려고 하면, 몇 년 뒤 또 다른 새로운 치명적인 병이 들어와 남은 인구를 다시 쓸어버리는 구조였다.
원주민 공동체는 여기서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다.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내뿜던 아메리카의 토착 동물종들이 이때 대거 폐사하고 멸종했다. 사실 여기서 지구환경에 더 많은 영향이 가해졌다. (다만 버팔로 등 일부 종들은 예외였는데 인간의 전염병들에 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16세기 당시 북미 원주민들까지 같이 인구가 붕괴하면서 인구가 줄어든 북미 대륙의 패권을 쥐고 미국/영국 개척자들이 올 때까지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반전을 맞이했다. 질병의 종간 장벽으로 당시 들어온 인간의 질병이 소에게 안갔고 가축 전염병과 공간적 격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팔로의 참상은 16세기가 아니라 훨씬 후대인 19세기에 미국이 의도적으로 씨를 말렸던 인간에 의한 학살 시기였다.)
왜냐면 인간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고유 동물들도 구대륙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던 처녀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라마와 알파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이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고 온몸이 털이 빠지고 살이 썩어가며 무더기로 폐사했다. 알파카의 경우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98%가 죽어서 완전히 멸종했다고 알려졌지만 19세기 어느 시점에 사람들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생존이 확인된 케이스다.
이로 인해 나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시 자라나면서 아메리카 대륙의 탄소 저장량이 급증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졌다. 이 사태가 17세기 전 지구적인 소빙하기의 큰 원인이었다는 연구지만 이게 아직은 정설로 굳어진건 확실하지 않다.
다만 애초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이 지구를 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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