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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

1972년, 맹세문은 극적으로 변모했다. 통일과 번영이라는 구체적 목표는 "무궁한 영광"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정의와 진실"이라는 이성적 가치는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전인격적 헌신으로 대체되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이 개정은 유신헌법이 선포된 바로 그해에 이루어졌다.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구체적 비전보다 추상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이 맹세문은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체제 순응을 내면화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맹세문이 35년간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언어로 국기에 맹세하고 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 7월 27일, 드디어 새로운 맹세문이 공표되었다. "조국과 민족"이라는 혈연적·종족적 개념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헌법적 가치로 대체되었다.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전체주의적 표현은 삭제되었다.
이는 국가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전환이었다. 더 이상 국민이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정의를 보장해야 할 책임을 진다는 선언이었다.
스마트한 독재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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