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를 보고 왔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참 기묘하네요.


스포 없이 감상 남겨봅니다.
왜 좌파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알겠음.
개인적으로 박정희 시대를 다룬 영화는 볼 때마다 좀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시대이고요.
일단 배우들 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정말 많은 카메오가 나오는데 생각지도 못한 배우들이 계속 등장하네요.
유해진은 역시 연기를 잘합니다. 이민호는 솔직히 연기는 평범했는데 왜 캐스팅했는지는 확실히 알겠더군요.
잘생김이 꼭 필요합니다.
캐스팅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보다 실제 역사가 더 흥미롭네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이후 경호실장이 박종규에서 차지철로 바뀝니다.
이후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이 됩니다.
그리고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와 차지철을 살해합니다.
참 기묘한 역사입니다.
박정희는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적 기반을 이야기하면서 박정희 시대를 빼놓기는 어렵죠.
그런데 유신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안보 위기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사실상 종신집권 체제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당시 해외에서도 인권 탄압과 독재 문제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요.
김일성 체제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장기집권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는 전세계가 우려와 압박을 했던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만약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없었다면?
박종규가 계속 경호실장으로 남았다면?
김재규와 차지철의 갈등이 없었다면?
과연 10·26이라는 사건이 일어났을까요?
물론 김재규가 지말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박정희를 살해했는지, 차지철과의 권력 다툼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의견이 갈리죠.
개인적으로 김재규를 무슨 민주화 영웅으로 포장하는 건 좀 불편합니다.
어쨌든 독재자가 죽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12·12가 일어나고 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섰죠. 5·18도 있었고 그러다가 결국 1987년 되서야 투표로 대통령을 뽑게되죠.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참 대단하긴 합니다.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던 나라가 북한과 대치하면서 산업화를 이루고, 그 와중에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격변을 겪었습니다.
외환위기까지 겪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산업화를 이끌었던 지도자들과 기업가들, 정말 죽어라 일했던 국민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까지. 어느 한쪽의 공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역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같은 민족이고 출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예 다른 세상이 돼 버렸으니까요.
만약 박정희가 계속 집권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유신체제가 1980년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요?
물론 그랬다고 북한처럼 됐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거라는건 확실하죠.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나 풍요가 생각보다 훨씬 아슬아슬한 역사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기적이지만, 그 수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산업화의 성과를 잃지 않고 결국 민주화까지 이뤄낸 것도 기적이죠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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