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월 2억 버는데 누가 미쳤다고 비싼 상가를 얻을까?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빈 상가가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신도시는 물론이고 오래된 상권에서도 임대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흔히 경기 불황이나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물건을 팔기 위해 굳이 상가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생활용품 하나를 팔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얻어야 했습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마련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매달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한다면 굳이 비싼 1층 상가를 얻을 이유가 없습니다. 외곽의 저렴한 창고에서도 전국을 상대로 장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쿠팡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면 직접 창고를 운영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물론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배송비가 발생하겠지만 적어도 비싼 상가에 입점해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희회사의 창고가 있는 지방창고는 오히려 옛날보다 훨씬 많은 업체가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임대료가 엄청싸죠.
이것이 상가 시장에는 상당히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사무용 의자를 판매하는 16피스라는 업체입니다.
쿠팡이 공개한 성공 사례에 따르면 별도의 매장 없이도 월 매출 2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쿠팡의 로켓그로스를 이용해 상품 보관과 배송을 맡기는 방식입니다.
생각해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일입니다.
과거에 사무용 의자를 팔아 월 매출 2억 원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소비자가 직접 앉아 볼 수 있는 매장과 제품을 전시할 공간, 재고를 쌓아 둘 창고 등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매장도, 별도의 사무실도 없이 그 정도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등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2025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272조 원에 달합니다.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입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기존 상점이 폐업해도 새로운 창업자가 그 자리를 채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동네 문구점이 문을 닫으면 다른 소매점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온라인 창업을 먼저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점포는 사라지는데 새로운 점포는 생기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상가를 얼마나 많이 지어 왔을까요?
신도시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상업시설이 조성되고, 주상복합과 지식산업센터에도 상가가 공급됩니다.
소비 패턴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상가 공급은 과거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상가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점이나 미용실, 병원처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업종은 여전히 공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구점과 생활용품점 등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쉬운 업종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들이 모두 이업종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더욱이 상가와 달리 온라인 유통이 필요로 하는 공간은 외곽의 물류센터와 창고입니다.
유통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그 성장이 도심 상가의 임대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상가 시장을 바라볼 때 경기 불황과 구조적 변화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나빠서 비어 있는 상가는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채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으로 인해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게 된 상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물론 쿠팡 때문에 상가가 얼마나 비게 됐는지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합니다. 상가 공급 과잉과 내수 부진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니까요.
그럼에도 온라인 유통이 가져온 변화를 단순히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만 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자영업이 성장하면 상가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자영업이 성장해도 상가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빈 상가들은 단순한 경기 불황의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에 그렇게 많은 상가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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